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무대로 변하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매년 여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도심에서 열리며, 세계 각국의 재즈 뮤지션들이 모여 10여 일간 무대를 이어갑니다. 무료 공연과 유료 공연이 조화롭게 진행되고, 재즈뿐 아니라 블루스, 펑크, 월드뮤직까지 장르가 확장되어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후기는 제가 직접 3일간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을 체험하며 느낀 현장 분위기와 공연의 매력, 그리고 축제를 더 알차게 즐기는 팁을 담았습니다. 현지인의 여유와 전 세계 관객의 열정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음악이 언어를 대신하는 순간을 경험했던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첫 재즈, 첫 몬트리올의 여름밤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에 가기로 마음먹은 건 여행 계획의 가장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원래는 퀘벡 시티만 보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숙소 주인이 “여행 시기를 조금만 맞추면 세계 최대 재즈 축제를 볼 수 있다”고 귀띔해준 덕분이었죠. 그렇게 저는 몬트리올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시내 곳곳에서 들려오는 색소폰과 드럼 소리에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도심 중심부인 ‘플라스 데 자르’ 주변은 이미 인파로 붐볐고, 거리 공연 무대들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도시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첫날 저녁, 무료 메인 스테이지 앞에 섰을 때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울려 퍼지는 콘트라베이스의 저음, 사람들의 박수, 옆자리에서 흔들리는 맥주 컵의 거품. 심지어 모르는 외국인이 제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리듬을 맞추자, 낯선 도시에 있다는 긴장감이 사라졌습니다. 무대 위의 연주자들은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온도와 냄새, 그리고 관객들의 숨결까지 음악에 실어내는 듯했습니다. 둘째 날, 저는 소규모 유료 공연을 보기 위해 골목 안 작은 재즈 클럽을 찾았습니다. 입구 간판은 희미했고, 문을 열자마자 진한 커피 향과 오래된 가죽 소파의 냄새가 밀려왔습니다. 무대 위에는 세 명의 뮤지션이 있었는데, 그들의 연주는 대형 무대와는 전혀 다른 ‘밀착형’ 감동을 주었습니다. 관객과 연주자가 거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고, 즉흥 연주에서 터져 나오는 변주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가 한 번에 터져 박수를 보냈습니다. 셋째 날, 저는 일부러 낮 공연만 보며 축제를 다른 각도에서 즐겼습니다. 햇빛 아래 들리는 재즈는 밤과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관광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했습니다. 어떤 곡은 마치 오래된 흑백영화 속 한 장면 같았고, 또 다른 곡은 길거리 마켓의 활기를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이렇게 낮과 밤, 무료와 유료, 대형 무대와 소규모 클럽을 오가며 느낀 건,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이 단순히 ‘듣는 축제’가 아니라 ‘사는 축제’라는 것이었습니다.
몬트리올 재즈페스티벌에서 찾은 세 가지 매력
첫째, 도시 전체가 무대라는 점입니다.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의 진짜 매력은 공연장이 따로 필요 없다는 데 있습니다. 광장, 골목, 카페, 심지어 호텔 로비에서도 연주가 펼쳐집니다. 저는 한 번은 숙소 근처 골목을 걷다가 거리 끝에서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곳은 아무런 무대 장치도 없이, 그냥 연주자들이 원형으로 서서 즉흥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의자 대신 바닥에 앉아 있었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습니다. 둘째, 관객과 연주자의 경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한 유료 공연에서 저는 무대 바로 앞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연주 도중 드러머가 제 표정을 보고 즉흥적으로 리듬을 바꾸더군요. 순간 제 심장 박동이 음악에 맞춰 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연 후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관객의 호흡이 곡의 길이를 바꾼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참 재즈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셋째, 음악이 언어를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프랑스어가 서툴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지만, 축제 내내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박수, 미소, 리듬에 맞춘 고개 끄덕임이 모든 대화를 대신했습니다. 마지막 날 밤, 메인 스테이지에서 열린 폐막 공연에서는 수천 명이 같은 멜로디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다 달랐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경험은 제게 ‘축제’라는 단어의 정의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는 원래 공연을 관객의 입장에서만 소비한다고 생각했지만,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관객이 동시에 공연의 일부가 됩니다. 관객의 호응과 참여가 곡을 살리고, 도시의 공기와 날씨가 음악의 색깔을 결정짓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단순히 여행자가 아니라, 잠시나마 몬트리올 시민이 된 기분을 느꼈습니다.
다시 찾고 싶은 여름, 몬트리올의 재즈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축제의 순간들을 곱씹었습니다. 대형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던 색소폰의 울림, 골목 끝 작은 무대에서의 친밀한 연주, 그리고 밤하늘 아래 수천 명이 함께 부르던 멜로디. 그것들은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한 도시와 깊게 연결된 기억이 되었습니다.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은 단지 음악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잠시 같은 박자에 맞춰 살아보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 이 축제를 찾게 된다면, 저는 더 오래 머물며 낮과 밤의 모든 공연을 다 보고 싶습니다. 여유롭게 광장 한쪽에서 커피를 마시며 거리 공연을 듣고, 다시 해가 지면 골목 클럽으로 들어가 땀이 식을 틈도 없이 음악에 빠져들고 싶습니다. 음악이 흐르는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가 아닌 하나의 계절처럼 느껴졌습니다. 혹시 여름에 캐나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정에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을 꼭 넣으시길 권합니다. 공연 티켓이 없어도, 언어가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그곳에서는 음악이 모든 장벽을 허물고, 당신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초대할 테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저처럼 비행기 안에서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