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스탠포드 여름학기를 신청했습니다. 뉴욕에서는 느낄 수 없는 캘리포니아 날씨와 함께 학문·생활·여행이 모두 어우러진 종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캠퍼스에서의 배움과 사건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가스를 오가며 체험한 서부의 매력은 제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여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특별했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캘리포니아의 특별한 매력
캘리포니아는 많은 이들이 말하듯 “세금 값 하는 날씨”를 자랑합니다. 낮에는 햇살이 뜨겁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쾌적하고, 덕분에 캠퍼스 산책조차 즐겁습니다.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적 배경이 주는 여유로움도 인상 깊었습니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토론하는 모습,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친구들을 보면, 지역 자체가 과연 실리콘 밸리 답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음식문화도 다양했습니다. 교내 카페테리아 외에도 인근에서 맛본 베이글 맛집은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매일 다른 재료와 함께 즐기는 베이글과 커피는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주말에는 가까운 소도시나 해변을 여행하며 캘리포니아만의 개방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스탠포드에서의 여름학기는 새로운 자극제이자 꿈같은 여정이였습니다.
캠퍼스에서의 대학생활과 수업
스탠포드 여름학기의 매력은 수업과 캠퍼스 생활이었습니다. 제가 들은 과목은 미술사, 골프, 미국 경제 세 가지였습니다.
- 미술사 수업은 유럽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까지 폭넓게 다루었고, 작품을 감상하고, 시대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교수님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정답이 아닌 해석의 다양성”을 강조하셨고, 이 과정에서 예술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 골프 수업은 캠퍼스 내 골프장에서 진행됐는데,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서 ‘집중과 여유의 미학’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서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날씨와 라운딩을 즐기며 친구들과 친밀해지는 시간은 학문적 수업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 미국 경제 수업은 도전적이었습니다. 미국 경제사를 배우는 동시에 최신 이슈와 연결 지어 분석하는 방식이었는데, 매주 주어지는 리딩과 에세이는 강도 높은 훈련이었습니다. “미국이 혁신의 중심이 된 이유”를 데이터 기반으로 풀어내야 했을 때는 정말 머리를 쥐어짜야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강렬한 기억은 에세이 사건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한국 학생들은 처음에 미국식 에세이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한국에서 하던 방식대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거의 그대로 붙여넣었는데, 미국에서는 이는 곧바로 표절에 해당했습니다. 결국 학장실에 불려가 “퇴학 직전”까지 갔던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정식 퇴학은 면했지만, 이후 모두가 충격을 받아 에세이 작성 방식에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죽을 듯이 힘들었지만, 그 사건 덕분에 자료를 재해석하고 내 의견을 풀어내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캠퍼스 시설과 생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야외 수영장에서 매일 50분씩 수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고, 수구 훈련을 하는 미국 대학생들의 탄탄한 몸매는 매번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도서관은 조용하면서도 자극적인 분위기라 공부할 의욕을 불러일으켰고, 학생식당은 인기 많은 나라별 음식이 있는 세 구역 섹션과 샐러드 바 덕분에 다양한 문화를 고려한 메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생활 전반이 여름학기만의 학생이지만 스탠포드 학생이 된 것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가스 여행
학업이 바빴지만 여행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캠퍼스에서 가까워 자주 방문했습니다. 피어39에서 맛본 클램차우더는 진한 크림과 신선한 해산물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이었지만, 동시에 바람이 너무 세차서 수저가 날아갈 정도였던 기억도 납니다. 워낙 날씨가 변덕스러워 결국 기념품 가게에서 샌프란시스코 후드티를 사 입게 되었는데, 이 역시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치안은 다소 불안했습니다. 특히 버스를 탈 때 갱단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승하차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긴장했던 경험은, 미국 대도시의 현실을 체감하게 했습니다. 아름다움과 위험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점이 강렬히 남아 있습니다.
라스베가스는 또 다른 차원의 충격이었습니다. 여름에 갔을 때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었고, 한국의 더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숨 막히는 열기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덮쳤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5미터마다 설치된 물 분사기가 뿌려주는 시원한 물방울이 없었다면 도저히 버티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강렬한 더위 속에서도 도시 전체는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호텔 옥상마다 마련된 수영장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낮에는 수영장 파티가 열리고, 밤에는 화려한 쇼와 공연이 이어지며 도시가 끝없이 살아 움직였습니다.
이 두 곳에서의 경험은 학업 중심의 캠퍼스 생활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었고, 미국 서부의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스탠포드 여름학기는 교환학기었지만, 배움과 도전, 그리고 삶의 경험이 어우러진 여정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기후와 지역적 매력, 캠퍼스에서의 수업과 생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가스 여행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여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히 에세이 사건은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저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겪는 경험은 짧지만 강렬하게 남아 인생에 추억 몇 페이지를 남겨주는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