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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Governor’s Ball Music Festival 참여 후기

by 호호아저씨호 2025. 8. 17.

Governor’s Ball Music Festival 관람

 

 

2024년 여름, 뉴욕에서 열린 Governor’s Ball Music Festival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도 음악을 좋아해서 해외 공연 영상을 챙겨보곤 했는데, 직접 현장에 간 건 처음이라 출발 전부터 설렘이 컸습니다. 장소는 Citi Field였는데, 메이저리그 야구장이 하루아침에 거대한 공연장이 된다는 점도 신기했습니다.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팔찌를 찬 사람들, 축제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경기장 밖부터 이미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맥주를 들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들, 무대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서두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긴장감과 기대가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뜨거운 햇살, 끊임없는 군중의 소음 속에서 하루가 시작됐고, 예상치 못한 소나기가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덕분에 음악과 함께한 뉴욕의 여름은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되었습니다.

뉴욕 여름, 음악으로 시작하다

6월 첫 주말, 뉴욕은 평소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단순히 기온 때문이 아니라, Governor’s Ball Music Festival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열기 때문이었습니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Citi Field에 도착하자 역부터 축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페스티벌 팔찌를 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거나 맥주 캔을 손에 들고 있었고, 일부는 벌써부터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로 어깨를 걸고 흥을 돋우고 있었습니다. 티셔츠가 땀에 젖어 들러붙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입구 쪽으로 다가가니 이미 바비큐 냄새와 맥주 향이 섞여 공기를 채우고 있었고, 판매대 앞에서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표 검사를 마치고 입구를 지나자 눈앞에 거대한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대형 스크린과 조명, 그리고 스피커가 경기장을 압도하고 있었는데, 아직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인데도 군중의 환호성과 리허설 사운드가 어우러져 이미 작은 콘서트가 시작된 듯했습니다.

2024 Governor’s Ball, 무대와 관객의 열기

올해 라인업은 화려했습니다. 포스트 말론(Post Malone), 두아 리파(Dua Lipa),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장식했습니다. 두아 리파가 무대에 오르자 수만 명이 동시에 환호했고, 핸드폰 플래시가 켜진 경기장은 거대한 별빛 바다로 변했습니다. 켄드릭 라마의 랩 무대에서는 묵직한 비트에 맞춰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떼창을 했습니다.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며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경험은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 곳곳에는 푸드트럭이 줄지어 있었고, 타코와 버거, 아시아 퓨전 요리까지 없는 게 없었습니다. 줄이 가장 길었던 치즈버거를 사서 잔디밭에 앉아 먹었는데, 옆자리 커플은 돗자리를 펴고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군중의 소리와 음악이 뒤섞인 공기는 시끄러웠지만 이상하게도 편안했습니다. 해가 지자 분위기는 또 달라졌습니다. 무대 앞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였고, 뒤쪽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었습니다. 반짝이는 전구 장식을 목에 걸고 돌아다니는 관객은 주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모르는 이들이 원을 만들어 함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음악이 관중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소나기, 더 뜨거워진 열기

축제 마지막 날 저녁, 공연이 절정에 오르던 순간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당황해 우왕좌왕했지만, 곧 누구도 피하지 않고 비를 그대로 맞으며 무대 앞으로 더 가까이 몰려갔습니다. 몇몇은 웃통을 벗어 던지고 팔을 벌린 채 소리를 질렀고, 누군가는 투명한 우비를 꺼내 입으면서도 흥겨운 리듬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무대 위 가수는 “뉴욕, 이건 완벽한 순간이야!”라고 외치며 더 크게 노래했고, 조명은 빗방울을 받아 반짝이며 경기장 전체를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발 밑은 금세 흙탕물이 되어 신발이 젖어 들었고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낯선 사람끼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서로 휴대폰을 건네주며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이건 진짜 추억이 될 거야”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군중의 환호와 빗소리,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뒤섞여 그 순간은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처럼 느껴졌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흠뻑 젖은 티셔츠를 손으로 짜내며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는 젖은 신발이 질척거리는 소리가 이어졌고, 열차 안은 젖은 몸을 한 채 앉아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표정만큼은 모두 밝았습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비를 맞고 같은 무대를 본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묘한 동질감이 흘렀습니다. 그 장면은 오히려 공연 못지않게 강렬했고, 뉴욕 여름 페스티벌의 진짜 매력을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뉴욕에서의 음악, 그리고 기억

2024 Governor’s Ball Music Festival은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과 노래를 따라 부르고, 비를 맞으며 함께 웃은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뉴욕이 왜 음악의 도시라 불리는지, 이곳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땀과 빗물, 소리와 빛이 뒤섞였던 그날의 공기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습니다. 다음 여름에도 또 이 자리에 서게 된다면, 이번처럼 모든 순간을 마음껏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겠다고 말이죠.